[최재경의 건강의학] 술, 친구인가 적인가?

입력 2022-12-25 17:11   수정 2022-12-26 00:04

‘아…어디까지 갔었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만나서 담소를 나누고, 좋은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원하지 않았던 순간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 술에서 적당함은 무엇이고 지나침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술은 위장관 전체에서 흡수되고 섭취한 알코올의 20%는 혈액으로 흡수되기 전에 위 점막에 있는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다만 혈중 알코올 농도는 몇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성은 위 점막에 있는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도가 남자의 절반밖에 안 되고 남성에 비해 체수분량이 적기 때문에 같은 양의 음주를 해도 혈중 알코올 농도는 더 빠르고 높게 올라간다. 여러 가지 약물 역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음주 시 위를 보호할 생각으로 위점막 도포제(일반적으로 빨아 먹는 위장약)를 복용한 경우에는 위 점막에 분포하는 알코올 분해효소의 작용을 방해해 빠르게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도가 저하돼 있고 체수분량이 적기 때문에 쉽게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게 된다.

술은 몸에 흡수되는 총 알코올 농도에 의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적절한 양의 음주는 사망률을 낮추고 심근경색, 심부전증의 발생을 감소시키고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일정량 이상의 음주는 오히려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키고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을 일으키기도 한다. 당뇨와 고중성지방혈증을 초래하기도 하며 남성의 경우 성기능저하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간 및 췌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술이 지나가는 위장관 관련 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만성적인 음주는 대뇌, 소뇌 등 신경계의 기능 손상과 위축을 초래할 수 있고 중풍 및 치매의 위험인자가 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주간 음주량과 1회 최대 음주량으로 음주를 정의한다. 약 14g의 알코올을 함유하는 음주량을 1잔이라고 했을 때 양주, 포도주에 맞는 잔으로 각각 1잔에 해당하며 맥주는 캔 맥주 1개 또는 작은 병맥주 1병, 소주는 20% 도수로 4분의 1병이 1잔에 해당된다. 위험한 수준의 음주는 성인 남성에서 1주일에 14잔 이상, 1회 최대 음주량이 2시간 동안 5잔 이상이며, 성인 여성과 65세 이상 남성에서 1주일에 7잔 이상, 1회 최대 음주량이 2시간 동안 4잔 이상이다. 음주 시 안주를 먹으면 알코올 흡수를 억제하고 속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 흡수를 늦출 수는 있지만 흡수되는 양은 거의 차이가 없고 안주를 과다하게 먹게 돼 음주뿐 아니라 과식으로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 술을 여유롭게 즐기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나 능력 과시용으로 음주를 사용하는 개인적인 행태도 문제다. 술이 나를 마시게 될 때 그 결과는 너무나 자명하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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